

가장 먼 여행은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기원전 8세기,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서양 문학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위대한 영웅 서사라고 일컬어진다. 그중 모험담과 여행담으로 널리 알려진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목마를 고안한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까지의 여정을 담는다. 10년 동안 이어진 전쟁을 끝낸 핵심 인물인 오디세우스는 어쩌다 귀향까지 다시 10년이나 걸렸을까?
『오디세이아』는 액자식 구성으로, 칼립소의 섬에서 빠져나온 오디세우스가 파이아케스인들에게 자신의 지난 경험을 들려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독자는 오디세우스의 경험을 되짚으며 그의 모험과 선택을 함께 돌아보게 된다. 10년의 여정은 폴리페모스의 눈을 찌른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포세이돈의 화를 샀기 때문에 시작된다. 지략을 상징하는 오디세우스가 이성적 판단 대신 본능적 감정을 분출한 것은, 그가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열림원 네오 클래식 시리즈의 『오디세이아』는 원작의 서사와 인물 간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며 인간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바라본다. 『일리아스』에서 신의 자식 아킬레우스가 활약했다면, 『오디세이아』에서부터 비로소 인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원한 생명을 약속한 칼립소의 제안을 거절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오디세우스는 마침내 인간으로서 자신의 자리와 삶을 되찾는다. 열림원 펴냄

어른이 되어서야 읽어보는 그리스·로마신화
지난 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했다. 약 5주 정도 지난 지금 1,100만 명을 넘어서 국내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당시 샤를리즈 테론, 맷 데이먼, 앤 해서웨이 등 엄청난 연기력의 탑 배우들이 등장하면서 많은 화제가 되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그리스·로마 신화 중 트로이 전쟁의 승리 영웅 "오디세우스"가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웬만한 어린이는 다 읽는다는 그리스·로마 신화 책이 있는데, 당시 나는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어린이였던지라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했을 때 큰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관람하고 온 주변 친구들의 추천에 조금씩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책으로라도 읽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판사 열림원의 <오디세이아>를 읽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신화라는 특징을 잘 알고 이를 감안하고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허구의 이야기는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신과 인간이 등장하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과연 내가 이 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생각보다 이야기에 빠져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영웅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담고 있다. 전쟁에서는 승리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바다에서 폭풍을 만나기도 하고, 낯선 섬에서 예상하지 못한 존재들을 만나기도 한다. 신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신들의 분노를 사면서 또다시 어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오디세우스는 수많은 사건을 겪으며 오랜 시간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고, 간신히 위기를 넘기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던 인물은 오디세우스와 함께 등장하는 아테나였다.
막연히 신화 속 영웅담이라 하면 초인적인 무용담만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눈에 들어온 것은 무적의 영웅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기’였다. 불사의 존재가 되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요정 칼립소의 제안마저 거절하고, 끝내 인간의 삶과 가족이 있는 일상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오디세우스의 선택은 허구의 신화를 잊게 만들 만큼 깊은 현실적 울림을 주었다. 단순히 괴물과 싸워 이기는 판타지가 아니라, 유혹과 절망이라는 파도를 넘어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인생의 여정 그 자체로 읽혔다.
그래서 그런지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이야기임에도 그 안에서 지금의 삶과 닮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위기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는 모습,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도 결국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결국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까지...오래된 신화 속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계속 읽히는 이유가 이런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열림원의 <오디세이아>
처음 고전을 읽을 때 가장 부담스러운 것 중 하나는 책의 두께와 크기이다. 오래된 고전 작품은 내용 자체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열림원의 <오디세이아>는 한 손에 딱 잡히는 가벼운 크기라 어디서나 쉽게 펼쳐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고전 문학이라고 하면 왠지 두껍고 어렵다는 생각부터 들기 쉬운데, 책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다 보니 처음 고전을 접하는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 각 잡고 읽기보다는 잠깐의 여유가 생겼을 때 꺼내 읽거나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기에도 좋았다.
무엇보다 나처럼 그리스·로마 신화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고전이라 어렵겠다’는 심리적인 진입장벽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느낌이었다. 영화 <오디세이>를 계기로 처음 <오디세이아>를 읽게 된 나에게는 이런 점도 꽤 크게 다가왔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야기를 미리 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영화를 본 뒤 원작의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시작하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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