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가 우주를 사랑하는 법, 천문학자는 달을 보지 않는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창백한 푸른 점’ 속 천문학자가 일상을 살아가며, 우주를 사랑하는 법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한 심채경의 첫 에세이
이론물리학자 김상욱, 『씨네21』 김혜리 기자 강력 추천!
천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과 세상, 그리고 멀고도 가까운 우주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속 천문학자 심채경이 보여주는 천문학의 세계는 그러한 스펙터클과는 거리가 멀다. 빛과 어둠과 우주의 비밀을 궁금해하는 천문학자도 누구나처럼 골치 아픈 현실의 숙제들을 그날그날 해결해야 한다. 다만 그 비밀을 풀기 위해 ‘과학적으로’ 골몰할 뿐이다. ‘지구는 돌고 시간은 흐른다’는 우주적이고도 일상적인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천문학자의 이야기는 그러하기에 더욱 새롭고 아름답다.
처음 출판되었을 때부터 제목에 호기심이 많이 들었던 이 책. 이과를 나와 지구과학과 화학을 전공한, 과학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애의 책은 당연히 과학 분야이고, 과학 분야의 책을 읽을 때 마다 과제를 앞둔 대학생으로 되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천문학이라는 분야는 과학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쉽사리 배울 기회가 없었던 학문으로, 천문학에 대한 나의 체감은 이 학문에서 다루는 우주만큼 아득했다. 동시에 천문학은 유튜브에서 천문학 관련 동영상을 보기 시작하면 알고리즘을 타고 타서 1시간이 훌쩍 지나갈 만큼 흥미로운 학문이다. 정말 광범위한 학문인 만큼 이러한 학문을 다루는 천문학자야말로 나의 존경심과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사람이 쓴 제목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라니?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폈다.
저자 심채경은 <네이처>에서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선정된 젊은 천문학자로, 국내의 유일무이한 타이탄 전공자로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별을 보지 않는다고 한 것만큼 이 책에는 천문학과 관련한 지식이 설명되어 있지 않다. 간혹 길지 않은 천문학사의 내용이 들어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이 책에서 주된 내용이 아니다. 천문학 전공생에서 현재 연구원의 천문학자가 되기까지의 천문학을 다루는 한 사람의 삶이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읽다 보면 정말 책이 참 문학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론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이 책에 "과학책이라기보다는 문학책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천문학자라서 그럴 것이다. 천문학(天文學)은 문학(文學)이니까."라는 평을 내렸다. 이 책을 한 줄로 설명하는 아주 명쾌한 문장이라 할 수 있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로 떠난 닐 암스트롱은 달에 착륙한 최초의 인류가 되었다. 미국과 소련은 과거 달 탐사를 주도한 나라이며, 여기에 일본과 유럽 몇 개국이 뛰어들면서 21세기에 들어서는 이스라엘, 인도, 중국이 달 탐사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의 달 탐사는 많이 뒤처지고 있지만, 저자처럼 달과 천문학을 사랑하는 과학자가 있고, 함께 나아가고 있는 동료들이 있을 테니 우리나라의 달 탐사는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며, 언젠가는 저자가 담당했던 타이탄까지 닿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천문학이라는 재료로 에세이를 요리한 듯한 이 책은 보기도 좋고 읽는 맛도 좋았다. <네이처>는 저자를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했지만, 나는 별을 보지 않는 대신 별이 주는 감성을 보여주는 하늘의 문학자라고 저자를 설명해보고 싶다.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은 "(마침표는) 이 한 권의 책에는 작은 구두점이지만, 어느 별 볼 일 없는 천문학자에게는 또 하나의 우주가 시작되는 거대한 도약점이다." 이다. 이 책이 저자에게 거대한 도약점이 되는 만큼 저자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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